약 먹어도 계속 '빙빙' 돈다면? 뇌를 훈련하는 '전정 재활 운동' (이석증, 만성 현훈)
어지럼증 약을 먹어도 낫지 않고, 고개를 돌리거나 누웠다 일어날 때마다 세상이 핑 도는 느낌 때문에 괴로우신가요?
이석증(BPPV)이나 전정신경염 등으로 균형 감각이 무너졌을 때, 약물치료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바로 '전정 재활 운동'입니다.
오늘은 우리 뇌를 훈련시켜 어지러움을 극복하는 전정 재활 운동(VOR)과 집에서 할 수 있는 코손-콕시(Cawthorne-Cooksey) 운동법을 완벽하게 정리해 드립니다.
1. 전정 재활 운동(VOR)이란?
"어지러움에 뇌를 적응시키는 훈련"
우리 귀 안쪽에는 균형을 담당하는 전정기관(반고리관, 이석기관)이 있습니다. 이곳이 고장 나면 뇌로 잘못된 신호가 전달되어 어지러움을 느끼게 되죠.
전정 재활은 손상된 전정 기능을 대신해 시각(눈)과 고유수용감각(몸의 감각)을 강화하고, 뇌가 이 상황에 적응하도록 돕는 '전정 보상' 치료법입니다. 마치 처음 운전을 배울 때 멀미가 나지만, 계속하다 보면 익숙해지는 원리와 같습니다.
쉽게 이해하는 3가지 원리
어려운 의학 용어 대신, 비유로 이해하면 쉽습니다.
① 고장 난 신호등 고치기 (남은 기능 활용)
- 상황: 오른쪽 귀 기능이 떨어져 뇌가 "왼쪽으로 기운다"라고 착각.
- 해결: 정상인 왼쪽 귀의 신호를 더 세게 키우고, 약해진 오른쪽 신호에 뇌가 적응하도록 훈련합니다.
② 지팡이 짚고 걷기 (감각 대체)
- 상황: 균형 센서가 고장.
- 해결: 눈(시각)과 다리 근육(몸 감각)을 '지팡이'처럼 사용해 균형을 잡도록 뇌를 훈련합니다.
③ 고소공포증 극복하기 (반복 노출)
- 상황: 머리를 돌릴 때마다 어지러워 공포를 느낌.
- 해결: 어지러운 동작을 의도적으로 반복하여 뇌가 "이건 위험하지 않아"라고 인식하게 만듭니다. (자동차 뒷좌석 멀미 환자가 적응하는 과정과 동일!)
2. 누가 해야 하나요? (적응증)
이비인후과나 재활의학과 진단 후 시작하는 것이 좋습니다.
- 이석증 (BPPV): 가장 흔한 원인으로, 머리를 움직일 때마다 돌이 굴러다니며 어지러운 경우.
- 지속적 체위 지각 어지럼증 (PPPD): 급성 어지럼증 후 3개월 이상 멍하고 붕 뜬 느낌이 지속되는 '뇌 적응 실패' 상태.
- 전정신경염 후유증: 급성기가 지났음에도 잔 어지러움이 남은 경우.
3. 집에서 하는 '코손-콕시(Cawthorne-Cooksey)' 운동법
1940년대부터 사용된 가장 고전적이고 효과적인 프로그램입니다. 누워서 시작해 걷기까지 4단계로 진행하며, 하루 3~5회, 15~20분씩 꾸준히 해야 합니다.
- 핵심: 어지러움을 유발하는 동작을 반복합니다. 어지럽더라도 1분 내에 진정된다면 계속 진행하세요.

[1단계] 누운 상태 (눈·머리 적응)
가장 편안한 자세에서 시각과 머리 움직임을 훈련합니다.
- 눈 위아래: 머리는 고정하고 눈동자만 위아래로 움직입니다. (20회, 느리게→빠르게)
- 눈 좌우: 눈동자만 좌우 30도 각도로 왕복합니다. (20회)
- 손가락 주시: 손가락을 눈앞 30~90cm 거리에서 가까이 댔다 멀리 댑니다. (20회)
- 머리 움직임: 눈을 뜨고(익숙해지면 감고) 고개를 위아래, 좌우로 흔듭니다. (20회)
[2단계] 앉은 상태 (상체 움직임)
- 어깨 으쓱: 어깨를 올렸다 내리고, 앞뒤로 돌려줍니다. (20회)
- 몸 숙이기: 허리를 숙여 바닥의 물건을 줍는 시늉을 하며 머리를 움직입니다. (10회)
- 일어나 앉기: 눈을 뜨고 앉았다 일어났다를 반복하고, 익숙해지면 눈을 감고 합니다. (10회)
[3단계] 서서 균형 잡기 (하체 강화)
- 180도 회전: 서서 제자리에서 몸을 좌우로 180도 돌린 후 다시 앉습니다. (보호자 도움 필요, 5~10회)
- 한발 서기: 한쪽 발로 10초간 버팁니다. 익숙해지면 눈을 감고 시도합니다. (3회씩)
- 발끝 서기: 까치발을 들었다가 뒤꿈치로 서기를 반복합니다. (20회)
[4단계] 보행 및 응용 (일상 복귀)
- 공 던지기: 걸으면서 공을 눈높이 위나 무릎 아래로 던지고 받습니다. (10회)
- 직선 보행: 발의 앞뒤(뒤꿈치와 앞꿈치)를 붙여 일직선으로 10보 걷습니다. (5회)
4. 주의사항 (꼭 읽어주세요)
- 안전 제일: 운동 중 넘어질 수 있으니 벽에 기대거나 푹신한 쿠션을 깔고 하세요. 초기에는 보호자가 곁에 있는 것이 좋습니다.
- 구토가 심할 때: 급성기라 구토가 너무 심하면 약을 드시고 조금 진정된 후 누워서 하는 1단계부터 시작하세요.
- 꾸준함이 답: 보통 4~8주 정도 꾸준히 시행하면 증상의 70~80%가 호전됩니다.
- 전문가 상담: 2주 이상 운동해도 차도가 없다면 병원을 방문해 전문가의 지도를 받아야 합니다.
어지러움은 피할수록 심해집니다. 힘들더라도 뇌가 적응할 시간을 주며 천천히 움직여 보세요. 오늘부터 하루 15분, 뇌를 위한 재활을 시작해 보시길 바랍니다.
※ 본 포스팅의 정보는 재활 운동 가이드일 뿐 전문적인 의학적 진단이 아닙니다. 개인의 상태에 따라 효과가 다를 수 있으며, 운동 중 통증이 발생하면 즉시 중단하고 전문의와 상담하세요.